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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 재미없어!!" 라는 아이와 성공적으로 미술 전시 보는 법


널리고 널린 어른의 전시 중 내 아이의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르기


"전시는 지루해, 안 가!"

"그래! 엄마 혼자 갈 거야!"


전시를 혼자 보러 가면 온전히 감상할 수 있어서 편하지만 '이 전시는 아이도 같이 보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어른용 전시'를 보러 갈 경우,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전시를 고르려고 노력합니다. 추상적이거나 간접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은 제가 봐도 어려우니 제외하고, 아이 취향에 맞는 전시를 찾다 보면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술인으로서 전시를 열기도 하는 입장이다보니, '전시는 지루해'라는 아이의 생각을 바꿔줄 만한 전시와 경험을 찾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전시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아이와 전시를 의미 있게 보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시작은 올 4월에 저는 아이와 아이 웨이웨이 전(2021-12-11 ~ 2022-04-17, 국립현대미술관) 을 보러 간 날이었죠.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향하기 전, 미리 전시 설명과 리뷰를 찾아보았습니다. 아이 웨이웨이는 중국 출신의 예술가이자 행동가로 전쟁과 난민 문제,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중국 체제에 대한 비판을 다룬 작업을 합니다. 작가 설명만 봤을 때는 어려워 보이지요.


하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메시지를 돌려말하지 않고, 레고라는 아이 관심사에 들어맞는 소재로 작업한 작품도 있고, 동시대 사회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아이와 이야기할 거리도 많아 보였습니다. SNS를 잘 활용하고, 유튜브에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해서 중국의 인터넷 통제를 비판하는 영상을 찍는 등 '퍼포머'로서의 모습도 아이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아이와 저는 모니터에 틀어져 있는 강남스타일 패러디 영상을 보았습니다. 아이는 "이 아저씨 웃긴다." 라며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역시..ㅋㅋ) 맞은편에 틀어진 모니터에는 #RunForOurRights 이라는 언론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캠페인 참여를 호소하는 영상이었습니다. "이 아저씨는 뭘 말하고 싶은 거야?"라는 아이의 질문에 얼른 줄리안 어산지에 대해 검색을 하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로 설명을 해 주었지요.



전쟁과 난민을 주제로 아이와 그림책을 볼 수도 있겠지만, 난민이 탄 배가 바다에서 떠도는 경로를 '레고'로 표현한 작품, 난민들이 쓰던 구명조끼로 만든 거대한 뱀 작품, 난민들이 입었던 옷을 세탁해 반듯하게 정리해 놓은 작품을 보며 (세제 냄새도 좀 맡고...) 난민과 전쟁 문제에 대해조금 더 생생하게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와 전시를 볼 때면 아이에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핸드폰을 건네줍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작품들은 저와 많이 다르고, 구도나 각도가 완벽하지 않은, 재미있는 사진이 나옵니다. 전시 관람 후에 아이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이건 왜 찍었는지, 이 작품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곤 합니다.


아이 웨이웨이의 전시에서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사진은 '손가락 욕'시리즈. 아래 사진들은 모두 아이가 찍은 것입니다. 저도 보면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는데, 온갖 관광명소들을 향해 뻑큐를 날리는 사진들을 모아놓으니 장관이었습니다. 그것을 또 사진을 찍어 SNS로 공유하는 현대인들의 행위도 어쩌면 전시에서 파생된 또 다른 예술 활동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도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왜 이 작가는 관광명소에 욕을 하냐부터 시작해서 손가락 욕의 의미는 뭐냐...까지..




전시 관람은 단순히 '고상한 취미'를 '인스타'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예술은 정치나 경제적인 권력 구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영역이지요. 사회 문제를 작가의 표현으로 한번 '필터링' 된 작품을 접하고 내 일상 밖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습니다. 자기 생각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접시에 그린 그림이나 세탁물도, '예술'과 '질문'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전시를 본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이와 저는 이따금씩 이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이런 전시를 보는 목적은 사회 문제에 대한 교훈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만큼 끊임없이 이웃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이야기할 때 다양한 표현 방식이 있음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전시에 더 자주 다녀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1.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전시를 고르고, 사전 지식 익히기

  2. 작품을 감상하면서 질문에 대답해 주기. 이때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며 흥미를 유발하기

  3. 핸드폰을 아이에게 맡겨서 아이가 작품을 프레임에 자유롭게 담게 하고, 아이가 찍은 사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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