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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전시, 워크숍이 더 많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소속감을 주고 있을까?


아이와 미술 전시를 다니는 것이 즐거움 중에 하나입니다. 매년 저의 국내 전시도 보고, 해외 전시 때는 전시 설치를 옆에서 구경하기도 한 아이는 '미술 전시'를 친숙하게 여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된 아이는 이제 “체험 있어? 없으면 전시 안 가!” 라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오감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어린이에게 시각적으로만 즐기는 전시는 노잼입니다. 아무 것도 만지지 못하고 조용히 해야 하는 미술 전시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경험이기 보다 스트레스에 가깝겠지요. '어린이만 금지'인 공간, '어린이가 만지고 시끄럽게 하는 행동 금지'인 공간 등 어린이를 배제하는 환경은 어린 시민들을 우리 사회에 포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어렵습니다. 부모로 산지 10년, '어린이를 위한 전시'를 찾는 것은 여전히 힘듭니다. 조금 과격하게 생각하면 '작품 구매력도, 미술 보는 눈도 없는 어린 존재를 위한 전시는 없어!' 라는 메세지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저도 전시에 그림을 걸 때마다 의례히 성인의 눈높이에 맞춰 걸고, 그림이 상할까 봐 "만지지 마세요" 안내선을 설치하였는데, 어린이를 위한 그림 전시를 열 때는 반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는 왜 필요할까요? 작은 시민까지 배려하는 공공 공간은 양육자들과 어린 시민에게 우리 사회가 '살만한 곳'이라는 긍정적인 메세지를 전달해 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난 어린이 전시 & 워크숍


어린이들을 위한 질 좋은 전시가 부족하니 전시 연계 워크숍 또한 부족합니다. 기관에서 매일 만들기를 하고, 집에서도 각양각색의 미술 재료를 가지고 노는 아이에게는 기본적인 재료만 놓인 어린이 아트 워크숍은 영 시시합니다. 부모로서 아이와 워크숍 장소까지 이동하는 것도 꽤 힘든 노동이기에 전시 연계 체험을 신청하면서 제발 집에서 하던 것 이상을 제공했으면 하고 바라곤 합니다. 물론 저도 예술가로서 전시부터 워크숍까지 알차게 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잘 알지만요.


그 어려운 것을 멋지게 해낸 두 전시를 기억합니다. 하나는 작년에 열린 과천 현대미술관의 《신나는 빛깔 마당》입니다. 백인교 작가님의 에어볼을 만져도 될까? 망설이고 있던 차에 마음껏 만져도 된다는 스태프 분의 설명에 아이들은 고삐 풀린듯 오뚝이 에어볼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저도..) 조숙진 작가님의 숨바꼭질 또한 아이들이 드럼통이라는 재질을 실제로 만지고 올라타며 놀이터 못지않게 재미있어했습니다. 친환경 페인트 냄새가 폴폴 났지만 아이들은 땀을 흠뻑 흘리면서 오감으로 색깔을 가지고 논 전시였죠.




두 번째 전시는 지금 열리고 있는 북서울 미술관의 <서도호와 아이들 : 아트랜드> 입니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클레이' 를 소재로 공동 작품을 만들어 내는 형태의 전시입니다. 워크북을 살펴보면 7년전 작가님의 자녀들이 아트랜드를 시작했고, 어린이가 상상의 세상과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을 워크숍으로 만들었습니다. 워크숍에 참가한 아이들 또한 자기가 만든 캐릭터에 이름을 붙이고, 좋아하는 것, 생태, 특징을 만들어 내고 아트랜드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까지 상상해 봅니다. 스태프들은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생각을 끌어내고, 공동 작업자로서 대우합니다. 아이들은 전시의 수동적 관람자가 아닌 능동적 참여자가 됩니다.





해외 사례도 하나 소개합니다. 2018년에 시드니에서 열신 후지 히로시 작가님의 Jurassic Plastic 전시에서는 150,000개의 버려진 플라스틱 장난감이 전시됐습니다. 예술가는 버려진 장난감으로 공룡을 몇 마리 만들어 비치했고, 그걸 보고 아이들은 바닥에 뿌려진 장난감으로 자유롭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게 됩니다. 2000년부터 버려진 장난감을 지역마다 가지고 다니면서 교환하는 장을 마련했는데, 아무도 원하지 않는 장난감들을 쌓아놓고 있다가 공룡을 만들기 시작했고, 여러 전시를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https://youtu.be/5Obwqcag0Lk이 세 전시를 통해 저 또한 작품 보호를 위해 안전선을 둔 전시는 이제 그만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전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전시와 워크숍은 더 많이 필요한 이유


제가 생각하는 예술의 역할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색다른 관점과 영감을 건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동시대에 살고 있는 훌륭한 예술가들이 어린이들과 더 많이 소통하며 예술을 일상에서 누린다면 그보다 좋은 교육은 없을 것입니다. 모든 예술가가 그럴 필요는 없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예술의 장이 지금보다 더 많이 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린이들의 우리 사회의 일원임을 느끼게 해주고, 아이들의 다양하게 사고하는 것을 포용할 때 아이들은 미학적으로나 인성적으로 풍요로워집니다. 그런 어린이들이 만드는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채로울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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